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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마타의 BBC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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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42회 작성일 23-09-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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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사이트에 갔더니, 맨유에서 뛰고 있는 후안 마타의 인터뷰가 있더군요.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우 특이한 선수죠. 그래서 소개합니다.

참고로, 인터뷰에도 길게 나오지만, 후안 마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Common Goal (공동의 목표)이라는 자선단체입니다.

https://www.common-goal.org/

축구인들이 소득의 1%를 기부해서 전세계 축구계의 불평등 해소를 돕자고 만든 자선단체인데, 이게 바로 마타가 시작한 겁니다.

현재 여기에 7~80명의 축구인들이 동참하고 있는데, 마타 이외에도 훔멜스, 키엘리니, 카가와, 슈마이헬 등이 참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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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옘 발라그 (인터뷰어, 이하 GB): 우리가 일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보통의 축구선수들은 거품 속에서 사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축구계 바깥에 대한 너의 관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무엇이 당신을 거품 속에서 끄집어낸 것인가?

마타: 잘 모르겠다. 내가 진짜로 거품 바깥으로 나온 건지도 모르겠고. (웃음)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 다른 취미나 관심사가 생기면 내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누구나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꺼야 할 지도 모른다.

현재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프로 축구선수이다. 그것을 위해 몸관리, 훈련, 휴식, 경기 준비해야 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축구가 나를 매우 특권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거품이라고 말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실제 인생이 아니다. 축구가 나를 어떻게 바꾸었고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 말하자면, 많은 것이 있겠지만 특히나 매우 중요한 세가지를 주었다.

첫째,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줬다. 나의 할아버지, 부모, 누이 모두가 내가 뛰고 득점을 하면 기뻐한다. 나를 위해서 기뻐해주는 것이지만, 사실 나는 그들이 기뻐한다는 게 더 기쁘다.

둘째, 나에게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내가 만약 축구선수가 안됐다면 BBC와 인터뷰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축구 덕택에 나는 나의 생각을 발언하고 수백만의 사람들과 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세째는 시간이다. 축구는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축구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축구 경력을 마치면, 나는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 축구선수로서의 진짜 특권이다. 왜냐하면 99%의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가족과 생활을 위해 계속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축구 덕택에) 이런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다면,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노력을 기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축구선수가 얼마나 특권을 누렸는지를 말이다. 우리는 꿈을 이루면서 살았고, 그것은 단지 뛸 때만이 아니라 아마도 인생 전반에 해당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점을 인정하고 또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GB: 그렇다면 앞으로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셈인가.

마타: Common Goal 운동은 축구선수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른 인식을 주고, 현실세계에서 축구가 갖는 힘에 대한 다른 관점을 주는 계기였다. 축구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할 수 있고, 매우 큰 경제적인 힘을 동반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발전과정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2년도 안돼서 70명 이상의 선수들이 모였고, 많은 기업, 구단, 축구조직들이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부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보다 균형잡힌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 운동은 우리가 무엇가를 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가 됐다고 생각한다.


GB: 종국에는 축구계 모두가 1% 를 기부하는 것이 목표인가?

마타: 그것이 꿈이다. 일단 유럽축구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소득의 1%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돕도록 기부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또 많은 사람들과 생각이 일치한다고 느낀다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년후에는 우리가 목표를 이뤘다고 말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Common Goal 의 최종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솔직히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더욱 중요한 것은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하고, 타인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최고의 꿈일 것이다.


GB: 과거에 당신은 SNS이 축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서 그 때문에 축구가 더욱 피상적으로 소비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읽은 바로는 당신이 어린 아이들이 실제 축구보다는 셔츠를 사는 데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그런 것들이 축구의 핵심에서 중요한 것을 빼앗고 있다고 말했었다.

마타: 내가 그 말을 할 때 일반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축구가 물질적인 가치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소비되는 걸 보면 축구의 핵심이나 스포츠의 순수한 의미가 잊혀지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것들만 생각하곤 했다. 골, 크로스, 컨트롤 이런 것들. 나는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세상은 변했고 -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25년전과는 전혀 다르다 - 물론 우리는 여기에 적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에는 약간의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화나 셔츠에 관심을 보이는데, 그것은 정상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걸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소비가 이런 식으로만 지속된다면, 결국 축구는 그 본질을 잃을 수 있고 그것은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축구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나면, 셔츠나 축구화 같은 것들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축구도 우리가 지금 아는 축구가 아닌 것이 될 것이고.

축구계 종사자로서 말하자면, 트위터나 SNS 포스트 같은 축구 바깥에서 오는 대화가 아니라 축구 자체에 대한 대화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경기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컨트롤, 패스, 1대2 상황 같은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그런 얘기들을 하는 걸 좋아한다.


GB: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최근의 그런 움직임은 어떤 것이 있는가?

JM: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이다. 나는 그 경기를 보면서 에레레, 데헤아 등과 WhatsApp으로 채팅을 했다.

벤제마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내 관점에서 그의 플레이 스타일, 볼 컨트롤 방식, 판단력, 등지는 플레이 등을 보자면, 그는 우아하고 영리하다. 단박에 그가 경기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점을 좋아한다.

우리는 그 경기에 얼마나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모드리치, 부스케츠, 알바, 피케, 라모스, 벤제마 등등. 모두들 잘 뛰었고, 매우 수준높은 경기였다. 나는 평소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기고, 지금도 당신에게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서는 이것이 축구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GB: 맨유는 당신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클럽이다. 이제 맨체스터에 대해서 잘 아는가?

마타: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온 지난 5년간 이 도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도시의 규모나 기회가 많이 성장했다. 발렌시아나 런던 보다도 맨체스터에 더 오래 살아서 이제는 여기가 홈 같다.

확실히 런던과는 다르다. 런던에서는 첼시 구장의 바로 앞에 살았었는데, 시내 중심지와 가까왔고 시내에도 자주 나갔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훈련장 근처에 살고 있는데, 더 여유롭고 조용하며 시골같은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러나 여기도 좋아한다. 원하면 언제나 시내에 나갈 수도 있고.

맨체스터는 많은 예술가들이 사는 좋은 도시이다. 나는 음악가, 배우, 화가, 작가 등과 같은 예술가들을 좋아한다. 마음의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이 부럽다.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존경한다. 여기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맨체스터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찾을 수 있고,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맨체스터에는 좋은 분위기가 있고,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살기 재미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맨체스터에 갖고 있는 사랑을 쉽게 볼 수 있고, 자신들이 망쿠니안이라는 사실에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다.


GB: 그러나 당신의 정체성과 가장 관련깊은 도시는...

마타: 나의 어린 시절 첫번째 기억은 스페인 북부의 오비에도이다. 거기서 자랐고, 내가 가장 고향이라고 느끼는 곳이다. 부에나 비스타는 나의 아버지가 살았고 지금도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어린 시절을 조금 보내기도 했다.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볼을 차며 놀 수 있었던 좋은 동네였다. 잔디 축구장은 없었지만 그건 별 상관없었다. 큰 길이 하나 있었는데, 운전하는 사람이 없어서 길바닥에 점버 4짝으로 골대를 만들어서 공을 찼다. 지금은 그곳에 내 이름을 딴 공원이 생겼다. 할머니께서 무척 자랑스러워하신다.


GB: 매우 슬로우 라이프였던 것 같다. 그런 유년시절이 그립지 않은가?

마타: 우리는 모두 좋았던 과거 시절을 그리워 할 것이다. 친구들과 일상생활, 학교, 방과후, 주말 등등.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면 향수에 빠지면서도 떠오르는 기억들로 인해 행복하다. 더 커서는, 특히 발렌시아 시절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나는 여름이면 여행을 즐겼다. 25년을 알고 지낸 친구 7-8명이서 카디즈, 그리스 등을 여행했다. 그 친구들과는 아직도 일상적으로 연락하는데,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사람들이다.


GB: 좋아하는 책을 하나 고른다면?

마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를 좋아한다.

이 책은 지구상에서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인류가 세상을 정복했으며, 왜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는가 등등. 나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우 도움이 됐다.

인류라는 존재, 즉 우리가 갖고 있는 공포, 천성, 본능, 상식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좋은 책이다. 강추다.


GB: 거기서 무엇을 배웠나?

JM: 10만년 전에는 6개의 서로 다른 인류가 존재했으나, 지금은 오직 하나의 인류만 남아있다.

왜? 유일한 이유는 우리의 머리 속에 있다. 미리 사고하고, 계획하고, 집단으로 움직이며,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실제하지 않는 신화나 종교적인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신념 같은 것인데, 오늘날의 축구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두 명의 맨유 팬이 싱가포르에서 만나서 서로 껴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공통의 사랑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점이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고, 우리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만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 우리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능력 - 공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고.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인류가 가진 가장 힘있는 무기이다. 스포츠에서도 정신적 측면에 관심이 많다.


GB: 책과 관련한 마지막 질문으로, 당신은 시도 읽는다고 들었다. 내가 테스트삼아 시구절 하나를 읽어볼까 하는데..

마타: 어, 자신이 없는데.. 읽은지가 좀 오래돼서;;


GB: '내 마음에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파랑새 한 마리가 있다...' (There i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JM: 찰스 부코스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는 오직 필요한 단어만 골라서 군더더기 없이 시를 쓰는데, 그걸 완벽하게 해낸다. '내 마음에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파랑새 한 마리가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영리해서 모두가 잠든 밤에만 가끔 나오게 한다' (There's a bluebird in my heart that wants to get out, but I'm too clever. I only let him out at night sometimes, when everybody's asleep.) 뭐 이런 구절일 것이다.


GB: 군더더기 단어는 쓰지 않는다라. 당신이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그러려고 하는가?

마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확실히 경기에 패한 이후에는 무슨 말을 쓰기도 어렵고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 내 글을 읽을 팬들의 기분도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기도 하고. 팬들은 내가 경기를 이긴 후에만 쓰기를 원한다.

그러나 블로그는 내가 수년동안 좋은 날이나 나쁜 날이나 꾸준히 해오던 일이다. 나는 경기에 패한 이후에도 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나의 얼굴 혹은 글을 보이는 게 일종의 책임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도 계속 하고 있다.


GB: 언젠가 소설을 쓸 생각은 없나?

마타: 어쩌면. 그러나 역시나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소설가가 자신의 단어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또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쓰는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내가 쓰는 방식에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러는 와중에 회의감이 들 것이다.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글쓰는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에 대해서 블로그에 올려서 읽을 사람은 읽고 말 사람은 말게 해야겠다. 적어도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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